지난 한 주간 세계인을 놀라게 한 사건은 단연 로브 녹스 피살 소식이었다. 로브 녹스(18)는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에서 마르쿠스 벨비 역으로 출연한 영국 배우다. 런던의 한 술집에서 옆 사람과 시비가 붙었다가 그만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 그는 딱히 유명 인사도 아니고 영화 자체는 11월 개봉 예정이라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지만, 그의 죽음은 시드니 폴락 사망 소식보다 더 큰 뉴스가 됐다. ‘해리 포터 출연 배우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은 마치 해리 포터 주인공이 사망한  것처럼 읽혀져 전세계 네티즌을 낚기에 충분했다.

 

 

ⓒAP Photo5월24일 사망한 로브 녹스(오른쪽).


로브 녹스(rob knox)는 호주·캐나다·칠레·콜롬비아·코스타리카·체코·독일·헝가리·아일랜드·멕시코·뉴질랜드·아랍에미리트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해리 포터가 전세계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는 증거다. 한편 한국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여주인공 엠마 왓슨(3위)이었다.

 

 

 

ⓒNASA화성 탐사 로봇 피닉스가 보낸 영상.


연예인 얘기 말고 지구인의 공통 관심사는 우주 이야기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화성 탐사 로봇 ‘피닉스’가 5월25일 화성 표면에 도달했다. 착륙 지점은 얼음이 있다는 북극이었고, ‘물=생명체=외계인’이라는 상상력이 더해져 66억 지구인의 눈길을 끌었다.

‘화성’ ‘피닉스’ ‘나사’ 등과 관련한 검색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1위), 코스타리카(2위), 캐나다(4위), 호주(4위)·터키(4위)·아르헨티나(5위), 아일랜드(5위)·파키스탄(5위) 등에서 순위권에 올랐다.

국내 인기 검색어 순위를 보면 절반은 연예인, 절반은 스포츠 관련 이름인데 세계 검색어도 비슷하다. 지난 한 주 가장 인기 있었던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5월25일 개막된 프랑스 오픈 테니스 롤랑가로(Roland Garros)였다. 이 대회에 로저 페더러·샤라 포바 등 최고 스타가 출전했다. 프랑스 테니스 대회 관련 단어는 태국(1위)·파키스탄·필리핀(2위)·이스라엘(3위)·코스타리카(3위)·아르헨티나(4위)·핀란드(6위)·멕시코(6위) 등 전 지역에 걸쳐 골고루 인기를 끌었다. 테니스가 얼마나 보편적인 스포츠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 밖에 세계인을 열광시킨 스포츠로 이종격투기 UFC84가 있었다. 김동현 선수가 출전한 한국(2위)을 비롯해 스웨덴(1위)·캐나다(3위)의 인기 검색어였다.

 

 

 

ⓒAP Photo롤랑가로 테니스 대회에 출전한 샤라 포바.

프랑스 테니스 대회가 세계 인기 검색어로 뜨는 동안, 정작 프랑스인은 스포츠보다 영화를 택했다. 5월25일 폐막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교실〉(프랑스 제목 ‘벽 사이로’)이 프랑스 인기 검색어 2위를 차지했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로랑 캉테가 4위였다. 프랑스 1위 검색어 모비 딕 역시 영화제 출품작 〈바시르와의 왈츠〉와 연관된 듯하다. 프랑스 국내 검색 순위에서 테니스 대회는 겨우 9위였다. 한편 칸 영화제는 아르헨티나(7위), 터키(9위) 등에서도 인기 검색어였다.

대지진을 겪는 중국 내 인기 검색어는 온통 지진 관련 단어였는데, 칭촨 여진 발생(1위)이나 탕자산 언색호 붕괴 소식(3위)이 중국인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대지진이 났을 때 학생 2200명을 이끌며 모두 살려낸 쓰촨성 학교 교장인 예지핑이 5위에 올랐다.

일본 인기 검색어 순위는 5월26일 자살한 인기 아나운서 가와다 아코 관련 단어가 도배했다. 중요 범죄 용의자의 실명을 밝히는 일본은 토막살인 용의자 호시지마 다카노리(5위) 이름이 인기 검색어였다.

검색어 목록 중에는 특이한 것도 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인기 검색어는 지메일(gmail)이나 야후(yahoo), 아코 웹메일(미군 메일 사이트)과 같이 전혀 현지 사정과는 상관없는 말이었다. 마치 식민지 국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Reuters=Newsis프랑스 국내 인기 검색어 순위는 칸 영화제(위)가 휩쓸었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