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올해처럼 중국 서부 지역이 세계 언론의 눈길을 받은 때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3월 티베트 사태에 이어 5월 쓰촨 대지진으로 베이징 기자들은 서부 지역으로 출장 가기 바쁘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잊혀진 땅’이었던 서부 지역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티베트는 중국 최서부에 자리잡고 있다. 쓰촨 역시 변방에 가깝다. 이 지역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 〈티벳에서의 7년〉 〈영웅〉 〈변검〉에 나오는 풍경과 다르지 않다. 세월이 흐르고 중국 동해안 지역이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서부 지역은 낙후된 채 경제 격차만 커져갔다.

티베트 사태의 발생 원인이나, 이번 대지진 참사 때 희생자가 많은 원인을 따져보면 그 배경에 동서 경제 격차가 있다. 티베트의 경우, 칭짱 철도 개통 이후 한족이 진출해 경제권을 장악해나간 것이 티베트인의 분노를 샀다. 쓰촨 대지진의 경우, 방진 설계가 아예 무시된 낡은 건물과 안전 시스템 부재는 더욱 큰 피해를 불러왔다.

이번 쓰촨 지진과 티베트 사태는 중국 정부로 하여금 서부 지역을 개발하도록 재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그동안 서부 지역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 덩샤오핑은 먼저 연안 동부가 잘살고 서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을 제창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21세기에 들어서서 서부대개발 계획을 선포하고 발전시켜왔다.

서부대개발 계획은 5년 동안 지역 토대를 닦고 15년 기반공사를 한 뒤 35년 동안 개발을 하자는, 무려 2050년까지 이어지는 역대 최대 개발계획이다. 이 서부대개발 계획은 2001년 제9기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때 주룽지 총리의 건의로 채택됐다. 서부대개발 대상으로는 서북부의 산시성, 간수성, 칭하이성, 닝샤자치구, 신장자치구, 내몽고자치구와 서남부의 쓰촨성, 구이저우, 윈난성, 광시자치구, 시짱자치구(티베트), 충칭시다.

하지만 서부대개발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적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어느 정도 도시화한 서부 지역은 시안(西安)과 청두(成都) 정도다. 쓰촨성 청두가 이번 대지진 때 피해를 크게 입지 않은 이유는 청두에 새로 지은 건물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동부와의 경제교환이 1차 산업에 머무르다 보니 부가가치는 낮고 정작 수익은 동부로 넘어간다. 제조 기반시설은 있지만 3차 소비시장의 부재로 일반 대중은 그 수혜를 받지 못해 일자리를 찾아 동부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자체가 공동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서부 지역 주요 산업이 ‘관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중국 올림픽 개최 도시는 베이징·칭다오·홍콩·톈진·상하이·선양 등 모두 동부 지역에 몰려 있다. 중국을 하나로 만든다는 올림픽이지만, 어쩌면 ‘동부 중국’만을 위한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서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나의 중국’은 허황된 구호에 그칠지도 모른다.

기자명 상하이·문승룡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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