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약했다. 심지어 당선자 시절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3월11일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발행한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에 기관장·감사·이사 등으로 임명된 친박 인사는 84개 기관, 114명에 이른다. 기관장으로는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눈에 띈다.

김석기 사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지휘해서 참사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산 인물이다. 육군 대령 출신인 김성회 사장은 지난해 10월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공기업 사장직을 약속받고 공천을 포기해 서청원 의원 당선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인 김행 원장은 박근혜 청와대의 전임 대변인이다. 안홍철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면서 “노무현은 종북 하수인?”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 등 악의적인 문장을 트윗하거나 리트윗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원안대로 “(공공기관) 임원 자격 기준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면, 이번에 밝혀진 공기업 친박 인사 114명 중 상당수는 임명 자체가 불가능했을 공산이 크다.

왼쪽부터 김성회 사장, 김행 원장, 안홍철 사장.
〈OECD 국유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기업 관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특정 이해 집단(정부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주인 행세를 차단하는 것이다. ‘혁신’의 최고 지도자부터 공기업을 전리품처럼 취급하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한 공기업 개혁이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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