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원에 달하는 쌍용자동차 손해배상은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문에 발생했다. 노조는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고, 법원은 “정리해고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다.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목적의 정당성에 어긋난다”라며 불법 파업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에서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아무리 평화적이라도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

한국과 달리 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는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이 합법이다.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절차·수단 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과 달리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넓게 보고 있다. 지난해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그룹이 프랑스 전역에서 노동자 80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1월16일부터 4개월 동안 파업을 벌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지난해 3월 푸조 시트로엥 노동자들이 파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물론 노동조건과 관련된 민영화 반대 파업도 합법이다.
ⓒEPA 지난해 3월 푸조 시트로엥 노동자들이 파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물론 노동조건과 관련된 민영화 반대 파업도 합법이다.

지난해 5월17일 노사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파업이 종료됐다. 노조는 일부 노동자의 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보상 강화를 약속받았다. 정리해고 반대를 내걸었지만 합법 파업이었기에, 손해배상 청구 따위도 당연히 없었다.

지난 2월4일 영국의 철도해운교통노조(RMT)와 사무감독기술직노조(TSSA)는 ‘직원 950명을 해고한다’는 런던 지하철공사(LU)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을 주도한 마누엘 코르테스 TSSA 사무총장은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은 영국에선 합법이다”라고 밝혔다. 외국에서 손배 사례가 적은 이유는 이처럼 ‘불법 파업’ 자체가 드물어서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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