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발라 올백으로 쫙 빗은 머리.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나이도 걸맞게 27세. 얼핏 보기에 영락없이 바람기 있는 ‘댄디보이’(멋쟁이)다. 그런 젊은이가 유럽의 최연소 외무장관으로 탄생해 화제다. 지난해 12월16일,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에 취임한 세바스티안 쿠르츠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도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그가 오스트리아 대연정에 입각하자 국내외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의 반응이 나온다.

야권 지도자 하인츠 스트라케 등은 “경험 없는 젊은이를 일국의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수장에 앉혔다”라며 비난한다. 그러나 쿠르츠가 젊은 패기와 헌신적 노력으로 오스트리아 외교정책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이들도 있다.

ⓒAFP PHOYO지난해 12월16일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에 취임한 세바스티안 쿠르츠.

60대 외교관 등 1200명 지휘해야

사실 쿠르츠가 벼락감투를 쓴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2011년부터 2년4개월 동안 연방 내무부에 설치된 이주민 통합업무 담당차관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바 있다. 따라서 국정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난해 9월 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쿠르츠는 이미 오스트리아 정계에서 ‘떠오르는 별’로 평가받는다.

쿠르츠 장관 자신도 나이에 대한 시비에 개의치 않고, “근면과 에너지와 헌신적 열망으로 일해 나가겠다”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이웃 나라인 크로아티아를 예방해 우호관계를 다짐하는 선린외교부터 수행했다. 일반 항공인 에어오스트리아의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녀왔다. 장관이 타고 갈 수 있는 1등석도 뿌리쳤다. 파격적인 그의 언행은 이어진다. 기자들에게도 “장관님” 하고 부르지 말고 “세바스티안” 하고 불러달란다. 그는 아직도 빈의 노동자 거주구역인 마이드링에 있는 작은 지상층 주택에 살고 있다.

젊은 장관 앞에는 대처해야 할 외교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리아 내전, 미국 정보기관 NSA의 도청,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문제 등으로 그의 어깨는 무겁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외교에는 패착이 잦았다. 대통령 대신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장례식에 파견된 조문단은 장례식 다음 날에야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연합과의 상호협력 협정을 파기한 당일, 오스트리아에서 군 의장대를 사열하며 영접을 받았다. 1809년에 36세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외무장관이 된 후 유럽 외교가를 주름잡은 위대한 정치외교가 메테르니히, 1972년부터 9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쿠르트 발트하임 등을 배출한 오스트리아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외교적 미숙함이었다. 이런 오스트리아 외교정책을 바로잡을 계기가 왔다는 기대감이 쿠르츠 외무장관에게 얹히고 있다.

쿠르츠가 지휘해야 할 직원들은 60대 외교관들을 비롯해 1200명에 이른다. 그가 대부분 풍부한 경력을 지닌 연상의 부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어떻게 잘 통솔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쿠르츠가 외무장관이 된 것은 지난해 9월에 총선을 치른 뒤 보수 국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연정을 재구성할 때 제1당에서 2당으로 전락한 국민당의 미하엘 스핀데리거 당수가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통합담당 차관을 역임한 쿠르츠를 자당 몫인 외무장관으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쿠르츠 장관이 총선 때 국민당의 청년담당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면서 활발히 득표운동을 펴 젊은 층의 표를 국민당에 끌어오는 데 기여한 보상인 셈이다. 그가 핫팬츠 차림의 금발 여성과 청바지를 입은 채 자동차 앞에 서 있던 총선운동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기자명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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