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중국 경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나빠질 수도 있다. 위는 지난 4월30일 베이징 올림픽 D-100일 기념 행사를 하는 모습.
1960년대와 1980년대에 올림픽을 치른 일본과 한국은 올림픽 직전 5년 동안 각각 평균 10.4%와 9.6%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바로 5~6%대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변화가 컸다. 정부가 의도했는지는 명확지 않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부양이 일었다가 올림픽 폐막과 함께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

일본·한국과 비슷하게 올림픽을 국가 사업으로 키워온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중국 경제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계속 호황을 이어갈 것인지가 올해 경제의 화두다. 중국 경제성장 추세가 올림픽 이후 다소 둔화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 사이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요점은,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대체로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최근 진행되는 국면을 일별하면 경착륙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이다. 시장에 잔뜩 낀 거품이 최근 서서히 빠지며 장차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예고한다. 현재 베이징·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1㎡당 평균 1만5000위안(약 210만원)을 호가한다. 웬만한 선진국에 비해 별로 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중국 경제력에 비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이 주택 가격이 하락할 기미를 보인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최대 10% 전후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 가운데는 올해 말까지 지난해 초에 비해 평균 20% 하락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중국에서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비극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부동산 위기 이전에 미국 부동산 위기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 중국 경제다. 중국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악영향을 만만치 않게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금융기관의 미국 모기지 채권 투자액은 총 1075억 달러(약 10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전체 모기지 규모의 15%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뇌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숨겨진 투자분이 더 있을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물론 중국 금융당국은  ‘투자액의 상당 부분이 A등급 이상의 우량 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중국 은행을 비롯한 중국의 6대 은행이 20억 달러(약 2조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황은 심상치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경제 위기가 미국을 강타한 기세를 몰아 중국 경제까지 흔들 위험성이 충분하다.

ⓒAFP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위는 올림픽 경기장 공사 장면(현재 완공).
최근 전세계적으로 부는 원자재 및 곡물 파동에 따른 충격파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중국이 자원 대국이고 곡물 대국이기는 하나, 그만큼 먹여야 할 인구도 많은 나라다. 파동이 장기화할 경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독야청청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기 부양 방안 모색해야 할 상황”

중국의 관계 기관과 당국자는 당연히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 또 이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대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최근 한 포럼에서 “경제는 전세계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중국 은행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기 파동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이 최근 발표한 ‘2008년 공작 요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외적인 충격에 의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상황에 대한 염려를 적극 적시하고 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이 최근 참석한 한 강연회에서 “향후 경제의 기조는 적당한 긴축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한다. 경제가 이제는 과열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경기 부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최근의 실물경제는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위기를 잔뜩 풍긴다. 가장 먼저 꼽아야 하는 것이 증시 폭락이다.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중국 증시는 그야말로 호시절도 그런 호시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초 겨우 2600대였던 상하이 종합지수가 6000을 돌파하고 7000까지 넘볼 정도였으나 올해 들어 주가는 쭉쭉 빠져 급기야 3000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칫하다가는 1년6개월 전인 2007년 1월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데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심리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각 금융기관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10.2~10.9%로 봤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수치가 수정되고 있다. 버클레이즈 캐피탈 같은 곳에서는 8.8%라는 수정치를 내놓았다.
중국 경제의 어두운 면은 이 외에도 많다. 11년 만에 10% 가까이나 치솟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말해주는 물가 폭등 위험성을 비롯해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수출 감소, 중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 고용시장의 불안 등이다. 더구나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산가치 하락과 소비 및 투자 위축이 올 수도 있다.

도쿄 올림픽과 서울 올림픽 사례를 베이징 올림픽과 바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중국 시장 상황은 일본이나 한국과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3개월여 남긴 지금 중국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 환경은 호황을 누린 지난 10여 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다. 경제의 경착륙까지는 몰라도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경고음은 중국의 곳곳에서 들려온다. ‘포스트 올림픽 증후군’에서 중국 경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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