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담 참석자(맨 왼쪽부터) 쉬훙(25) 고려대 한국어학당 4개월 수강 중 진톈(22) 중부대 관광경영학과 2학년 잔춘광(25) 중부대 일반대학원(한약) 석사 과정 셰이저(22) 고려대 국제학부 2학년 우웨이(29) 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석사 과정

지난 4월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올림픽공원과 시청 광장에   모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한국인 시위대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험악했던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 여론은 반중(反中) 정서로 넘쳐난다. 중국 유학생이나 중국 정부는 외려 이런 한국 언론과 여론의 반응에 섭섭함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의 골이 깊어가는 양상이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하면 마음의 장벽만 높아진다. 정부가 중국 유학생 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한 후 중국 유학생은 실명 인터뷰를 꺼렸다. 〈시사IN〉은 중국 유학생의 생각과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5명과 방담 자리를 꾸렸다. 솔직한 대화를 위해 사회자는 거의 개입하지 않고 중국인끼리 스스럼없이 대화하도록 했다. 반대쪽 토론자가 없었기 때문에, 대화가 다소 중국인 중심으로 흐른 면이 있지만, 중국인 유학생끼리도 현 상황을 보는 생각이 다 같은 것은 아니었다.


(방담 시작 전 기자가 지난 서울 성화 봉송일에 다들 어디서 무얼 했는지부터 물었다.)

쉬훙 : 시청 광장에 갔다.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이라 느낌이 각별했다. 성화를 직접 보고 싶었다. 청계천 근처에 있었는데, 내가 있는 곳에서는 폭력이나 싸움을 보지 못했다.

진톈 : 나도 시청 앞에 있었다. 그동안 성화가 지나가는 도시마다 티베트 독립 시위대가 나타나 성화 봉송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시청으로 가는 전철에서 친구로부터 온 ‘(티베트) 시위대가 출현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봤다. 시청역 5번 출구 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며 “자요 중궈“(중국 파이팅) “자요 베이징”을 외쳤다. 

그날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친구가 찍은 비디오에도 그런 장면이 있더라. 폭력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인도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른바 설산사자기(티베트 국기)를 들고 있는 한국인을 봤다. 중국 사람을 모욕하고 중국 주권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행위였다. 그 한국인은 중국 젊은이 무리의 한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에 충돌을 피할 수가 없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한국인이 국가적인 행사를 하는데 누가 인공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면, 어쩌겠는가?

한국인에게 모욕당해온 유학생 많아

잔춘광 : 한국인들은 중국에게 티베트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런 행위가 중국인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전혀 모르고 행동한다.

셰이저 : 글쎄. 난 우리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올림픽으로 중국인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말았다. 처지를 바꿔보자는데, 예를 들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흥분하면서 중국인을 때렸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진톈 : 서로 관점이 좀 다른 것 같다.

우웨이 :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예를 들어 대사관이 조직적으로 유학생들을 동원했다는데, 내가 아는 중국 유학생은 모두 자발적으로 응원하러 갔다. 물론 대사관과 재한 중국인 유학생회 사이에 관계가 좀 모호해서 의심을 산 구석이 있지만, 강제 동원은 아니었다.

진톈 : 학교 단위로 단체로 모여 움직인 경우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중국인 유학생 모임이 없어서 나 혼자 가야 했다.

셰이저 : 나도 혼자 갔는데, 응원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왜 너는 고려대 모임과 같이 안 왔냐?”고 이상하게 보더라. 프라자호텔 옆에 보니까 대절한 버스가 있더라.

진톈 : 한국 기업에서 후원해준 경우도 있었다. 카이스트 유학생들의 경우는 한국의 어느 주류회사가 1000달러를 주고 성화 봉송 응원을 후원했다. 한국 언론이 자꾸 대사관 공작설을 말하는데, 역으로 혹시 한국 정부가 이번 폭력 사태를 고의로 유도한 것은 아닌가? 
셰이저, 우웨이 : 그건 아닐 것이다.
우웨이 :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라 중국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그냥 모여 시위한 거다. 한국에서는 시위를 쉽게 한다.

 

ⓒAP Photo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는 2007년 중국 매장(위)에서 매출 4조2000억원을 올렸다.

쉬훙 : 반면 중국인은 시위를 해본 경험이 없다. 민주주의 경험이 부족하다. 현장에서 냉정하게 자제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우웨이 : 근데 한국 친구들은 왜 파리·런던 같은 데서는 문제없다가 한국에서만 이런 폭력 사태가 벌어졌는지 의아해하더라.

진톈 : 프랑스·런던에 사는 학생은 평소 시위를 많이 접해봤기 때문일까?

셰이저 : 한국도 시위를 많이 하는데….

진톈 : 그동안 한국 생활에 억눌려 있던 유학생들 마음이 이번 성화 봉송을 계기로 분출한 것일 수도 있다. 배달이나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 유학생 친구들이 한국인에게 모욕당하고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번 충돌은 성화 봉송 때문에 터진 문제가 아니라 그 전부터 잠복해 있던 거다. 중국 속담에 얼음은 한순간에 두꺼워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셰이저: 그런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왔다가 되레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친구도 많다.

쉬훙 : 그런데 중국인이 차별받는 것은 꼭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잔춘광 : 그날 모인 중국인 유학생 숫자가 다른 성화 봉송 도시보다 훨씬 많았다(경찰 추산 7000명). 오성홍기가 물결을 이루는데, 정말 스펙터클, 장관이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됐다.

진톈 : 지금껏 최대 성화 응원단이 나왔는데 최고 실패한 응원이 됐다.

셰이저 :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이 더 집단화되어 있는 것 같다. 숫자도 많고. 한국 사회에 융화되지 않고 우리들끼리 따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중국 유학생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냐고 설문 조사하면 하나도 없다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 녹아들지 않고, 서로 교류도 없다.

쉬훙 : 올림픽 축제가 실제 스트레스를 푸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는 기회였다.

ⓒAP Photo
까르푸 불매운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처음 시작됐다. 위는 까르푸 매장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셰이저 : 애국심이라는 명분을 빌려서 자기 감정 털어놓은 거다.

진톈 :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날 한 카이스트 학생이 한국인 시위대와 맞서는 중국 친구에게 “싸우지 말자”고 말렸다. 그랬더니 주변 학생들이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라고 쏘아붙였다.

셰이저 : 그건 편협한 민족주의다.

쉬훙 : 우리 세대가 외동아들, 외동딸이 많다보니, 타지에서 억압과 고생을 겪는 걸 잘 못 참고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충돌은 젊은이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 

우웨이 : 젊은 세대가 더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젊은 층이 인터넷도 잘하고, 시사에 관심이 많아서인 듯 하다.

셰이저 :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 민족주의 경향이 덜한 편이다. 1980년대만 해도 공산주의 사상이 강해서 민족주의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최근 경제 발전과 경제 개방에 따라 젊은 세대의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 그 빈 자리에 민족주의가 들어와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도 월드컵  때 민족주의 바람 일어

진톈 : 결론적으로, ‘시위 경험 부족+한국 유학생 생활의 억눌림에 대한 반발’이 원인인 것 같다.

셰이저 : 돌이켜보면 한국 유학생도 월드컵 때 욕을 먹은 일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유럽과 미국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 밤중에 응원한답시고 소란을 피워 현지 주민에게 욕을 먹었다. 때로 한국이 더 민족주의적인 국가로 보일 때도 있다.

우웨이 : 한국 사회가 경제력에 비해 폐쇄적인 면이 있다.

셰이저 : 한국의 은행 이름을 보면,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다. ‘우리 국민은 하나다’라는 뜻처럼 보인다(웃음). 한국인도 세계에 대한 고민이 적고 자기 민족 중심적이다.

우웨이 : 한국 미디어를 보면 중국 사회 실상에 대한 심층적이고 진지한 보도는 거의 없다. 대신 해외 토픽 같은 프로에서 중국 이야기를 오락으로 소개할 뿐이다.
잔춘광 : 중국인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생겼고, 그래서 한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중국 드라마 보나?

쉬훙 : 중국 드라마 볼 게 뭐 있나? 무술영화 아니면 역사물뿐이잖은가.

우웨이 : 요즘엔 신세대 드라마도 많이 만든다.

진톈 : 그건 홍콩·타이완 거다.(일동 웃음)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한국인이 진짜 티베트 문제에 관심이 있을까?

셰이저 : 이번에 티베트 지지하는 한국인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다수는 티베트에 관심 없다. 성화 봉송 반대했던 사람들을 TV에서 보니 탈북자 관련 단체가 많아 보였다. 티베트 문제보다는 전반적인 중국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듯했다. 

우웨이 : 시위자들의 의견이 다 똑같지는 않은 것 같다. 티베트 지지 시위가 아니라 탈북자 시위로 보였다.

진톈 : 한국 미디어를 보면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논조가 많다. 보자. 중국에 56개 민족 있는데, 이게 다 56개 국가로 분열하는 게 옳단 말이냐?

우웨이 : 아마도 소수민족 중에 티베트가 주로 이야기되는 것 같다.

진톈 : 왜 거기만 그러냐.

시예이저 : 민족자결주의라고 해서, 한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한국은 하나의 민족 국가라 더욱 그렇다.

진톈 : 역사적으로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이고, 또 굳이 역사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현재 티베트는 중국이다. 지금 독립한다는 건 비현실적인 얘기다.

(여기서 기자가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측의 근거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진톈 : 한국에 와서 인터넷을 보면서 다양한 주장에 대해 정보를 얻었다.

쉬훙 : 한국 사람도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알 필요가 있다.

셰이저 : 실은 중국 사람 중에도 티베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요즘 넘쳐나는 설산사자기(티베트 국기)가 알고 보니 중국 공장에서 인쇄했다는 뉴스 봤나.

쉬훙 : 티베트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곳 사람들에게 자치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우웨이 : 이미 자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셰이저 : 자치구이긴 하지만, 시짱성(티베트 동부 자치구) 성장은 중앙 정부에서 임명한다.

쉬훙 : 티베트가 홍콩처럼 특별 자치구가 되는 것은 어떨까.

진톈 : 왜 꼭 이렇게 나라를 나눠야 하나. 나는 길림성 출신 만주족이지만 만주족만의 독립 국가를 생각한 적 없다. 나는 중화민족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민족 국가이고 하나의 중화민족이다. 중앙정부도 소수민족에게 많은 특혜를 주면서 배려한다.

셰이저 :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인데, 소수민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키는 정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주족 인구가 줄어들고, 만주말 하는 사람도 사라져가고 있지 않은가.

진톈 : 그건 안타까운 상황이다. 만주어가 없어지면 큰 손실이다. 조상에게도 미안하고, 중국 문화에도 큰 손실이다.

티베트를 홍콩처럼 만들면 어떨까

셰이저 : 바로 그런 생각을 티베트 사람도 할 수 있다. 

우웨이 : 근데 티베트 말을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시예이저 : 학교가 있지만, 티베트는 청년 실업률이 아주 높다. 취직할 때 티베트어 배워봤자 쓸모 없어서 티베트어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진톈 : 만주족도 비슷한데, 그거 배워서 실용성이 없다. 하지만 아무튼 정부가 티베트 사람들 발전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 아닌가. 국가 예산도 많이 지원했다. 대학 입시에 가산점도 준다.
(가산점 이야기가 나오자 셰이저를 제외한 나머지 유학생은 일제히 ‘부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입시 가산점은 중국 대학생에게 민감한 주제다)

셰이저 : 가산점은 당연히 줘야지. 교육 환경도 열악하고 파견된 교사 자원도 다른데, 가점 8점을 더 주더라도 불공평한 게 아니다.

우웨이 : 티베트족에게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진톈 : 요즘 중국 전체가 티베트 문제에 끌려가고 있는 것 같다. 저쪽(티베트 독립 운동가)이 선도하면 우리는 수동적으로 대응한다. 아무튼 티베트 운동가들은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셰이저: 올림픽이 정치화하면 안된다. 그런데 중국 내부에서는 올림픽이 민족 부흥, 국가 번영이라는 정치적 의미로 이용되는 면이 있다. 중국 바깥에서는 더 이상 올림픽이 정치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웨이 : 이번 사건으로 두 나라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이다. 한국 정부가 문제 학생을 추방하고 비자 심사를 강화한다고 한다.

진톈 : 그것도 한국의 주권이니까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우웨이 : 근데 중국 유학생 줄어들면 한국도 손해 보는 게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에는 중국 유학생 덕분에 먹고 사는 학교가 많다. 중국 유학생이 3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셰이저: 한국 정부의 발표는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중국 유학생 수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다. 두 나라 사이가 쉽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명 정리/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