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는 2007년 중국 매장(위)에서 매출 4조2000억원을 올렸다.
프랑스 까르푸는 1995년 중국 베이징 1호점부터 시작해 2007년 한 해만 중국에서 300억 위안(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형 할인유통 업체다. 중국 까르푸 홈페이지(carrefour.com.cn)가 이틀 동안 폐쇄됐다가 지난 4월30일 다시 열렸다. 까르푸 측에서는 불매운동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처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검색창에 까르푸의 중국식 명칭인 ‘家樂福’를 치면 검색되지 않고 경고문이 보인다. “까르푸에 대한 검색 결과가 중국 법률과 법규, 정책에 위반할 수 있다”라는 문안이다. Carrefour로 검색하거나 ‘家樂福’의 중국어 발음인 Jialefu(지알레푸), 또는 약어인 JLF로 일부 검색이 가능할 뿐이다.

“내가 까르푸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고, 좋은 물건 합리적 가격은 소비자의 몫이 아닌가요?” 평범한 직장인 왕샤오지에는 별 상관없다는 듯 말하지만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하다. 자칫 매국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중국인의 단결력을 보여주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자영업자 천샤오지에. “이건 분명히 의도된 것이다. 미국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라며 음모론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까르푸가 물러나고 월마트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진지한 농담을 하는 중국인도 있다. 대부분 별 관심이 없다는 태도이다.

왜 이런 불매운동을 벌이냐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파리에서 성화 봉송 사건을 이야기한다. 티베트 사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가능한 한 정치 배경이 있는 주제를 피하는 것이 중국인의 대화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세대인 20대, 이른바 파링허우(八零後)들은 직설적으로 티베트는 중국의 영토이고 다른 국가가 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느냐는 의견을 적극 표현한다. 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보다는 현실적으로 중국도  강대국 대접을 해달라는 심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먹고살기 힘든 서민은 불매운동에 '시큰둥'

4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자에 의한 성화 공격 사건 이후 촉발되었던, “5월1일에 까르푸를 썰렁하게 만들자”라던 인터넷상의 불매운동은 확산 속도로 보아 자칫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5월1일 중국 현지 까르푸 매장은 약간 한산한 모습만 보여줄 뿐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프랑스 측에서는 심각하게 대응했다. 특사를 파견해 시진핑과 대면하면서 유감을 표시했고, 중국 측도 불매운동 방식은 결코 애국심의 표출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중국 정부도 자제를 권고했다.

ⓒAP Photo까르푸 불매운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처음 시작됐다. 위는 까르푸 매장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까르푸가 달라이 라마를 후원했다는 루머가 거짓이며 까르푸 측에서도 달라이 라마의 후원과는 무관하다고 공식 논평함으로써 이제 불매운동은 한낱 루머에서 시작해 에피소드가 되어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500위안을 구매하면 250위안을 돌려준다는 까르푸의 파격 할인 조처 소문까지 등장하면서 단막 코미디에 연출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는 이번 기회에 잔뜩 할인 행사를 기대했지만 결국 예전의 노동절 할인 행사와 같다는 소식이다. 까르푸는 오락가락하고 애국심은 우왕좌왕하고 소비자는 허탈해하는 분위기이다.

2억 중국 네티즌의 무서운 집단심리

베이징 대학 교수인 공칭동은 자신의 블로그에 까르푸는 불매운동은 애국심의 표출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는 프랑스의 티베트 관련 언론 보도가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한다. 잘못된 언론 보도로 성화 사건이 벌어졌으며 학생이 주도한 불매운동은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당초 불매운동의 직접 이유였던 달라이 라마 후원설이 루머였다는 사실은 슬그머니 빼고 역사의 신호탄은 학생이라는 논지로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2억명 이상인 중국 네티즌의 무서운 집단 심리도 볼 수 있었다. 나서기를 꺼리는 중국인의 심리가 인터넷에서는 무섭게 표출되어 문화대혁명 시절 집단 광기 냄새가 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사이트인 티엔야(tianya.cn)가 이번에도 2000만명 회원을 거느리며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었다. 반대 의견은 집단으로 공격해 매국노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도 관전 포인트였다. 지방정부는 아예 측면지원에 나섰고 중앙정부도 사태의 추이를 관망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애국심은 조용하게 표현하자고 한다. 또한 관치 언론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보도 방향을 수시로 바꾸는 작태를 보여주었다.

까르푸 불매 운동은 중국 네티즌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정말 프랑스 물건을 구매하지 않겠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랑스 에어버스 도입 계약을 해지하는 게 더 낫지 않냐고 주장했다. 95%의 자국 공급업체와 99% 중국 직원으로 구성된 까르푸의 불매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프랑스로부터 2005년부터 2025년까지 2660대, 총 1600억 달러어치의 항공기를 구매한다. 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그리 반기지 않는 이유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업체의 이익 보호 이전에 빅딜의 순항을 원한다.

한편 이번 사태와 겹쳐 한국의 이마트가 상하이에 11호점을 개점한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걱정이 교차한다. 이번 사태는 향후 외국 자본을 언제든 어떤 이유에서든 배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기자명 상하이=문승룡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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