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원장 재판의 쟁점은 선거법 유무죄 여부이다. 검찰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증거 확보)→부서장 회의나 모닝 브리핑→이슈와 논지’로 전달되어 심리전단이 (야당 후보)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죄 입증의 중요한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인, 심리전단 직원들이 매일 서면으로 받았다는 ‘이슈와 논지’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검찰은 이번에 확보한 트윗 5만5600건으로 유죄 입증을 자신한다. 검찰이 압수한 안보5팀이 사용한 메일에 국정원이 관리한 트위터 계정 목록(402개), 팔로어를 늘리는 방법, 활동보고서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16일 체포된 안보5팀 소속 국정원 직원 가운데 한 명이 상세하게 진술도 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철저하게 부서 간의 수평적 소통을 막는 ‘칸막이’ 구조다. 검찰도 이 칸막이 구조에 주목한다. 칸막이가 쳐진 안보3팀(오유팀)과 안보5팀(트위터팀) 활동이 비슷하다면, 매일 전달받은 이슈와 논지가 똑같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국정원 제공국정원 청사(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안보3팀과 안보5팀 활동 비교해보니

〈시사IN〉도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기간과 겹치는 지난해 9~12월 안보3팀이 담당한 ‘오늘의 유머’(오유) 추천·반대 활동 내역을 입수해 서로 비교해보았다.

지난해 9월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었다. 김하영 직원 등 안보3팀은 ‘문재인 화면 잘 받는다’ ‘문재인 말을 못한다? 어눌하다? 라는 건 모두 기우였다’라는 문 후보 지지 게시글에 대해 반대 5회를 연속 클릭했다(오유는 반대 4회가 쌓이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같은 날 트위터에서 안보5팀 소속 직원들은 ‘RT 민통당 경선을 야구 용어로 정리하면? 문재인-무관심 도루왕, 손학교-루킹삼진왕, 경선 자체는 퓨처스리그 2군 리그(오전 9시2분)’라는 트윗을 15개 계정에 올렸다.

9월18일 선관위는 친박 좌장 홍사덕 전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안보3팀 요원들은 ‘속보 선관위 홍사덕 고발’이라는 글에 반대 클릭을 했다. 트위터에서 안보5팀 직원들은 9월19일, ‘새누리 부패 신고센터 설치, 즉시 조사체제 가동’이라는 트윗을 23개 계정에서 동시에 직접 올렸다. 오유에서는 악재 이슈를 죽이고, 트위터에서는 대응 이슈를 퍼뜨린 것이다.

9월19일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안보3팀은 ‘문안드림 콘서트 꼭 보고 싶네요’ 등 안철수·문재인 연대와 관련한 글들에 대해 모두 반대 4회를 집중했다. 안보5팀은 ‘안철수 대선출마 공식선언?? 놀라는 척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9월19일 오후 5시)’라는 트윗을 10개 계정에 함께 올렸다.

대선을 앞둔 11월에는 안보3팀과 안보5팀이 같은 주제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11월19일 문재인 후보는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을 발표했다. 안보3팀 직원들은 ‘목 내놓고 금강산 관광가기 싫다(11월20일)’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금강산 관광 재개하면 뭐 하겠노(11월20일)’라는 글을 오유에 잇달아 올렸다. 안보5팀 직원들도 ‘문재인, 김정일 믿고 금강산 관광 재개하겠다’ 따위 비판 트윗을 72개 계정을 통해 올렸다.

기자명 고제규·김동인·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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