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세계 금융시장에서 괄시받던 위안화(위)가 최근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유로화와 경쟁한다.
중국 위안(元)화의 가치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중국 정부가 처음 절상에 나설 때만 해도 1달러당 8.1위안대에 머물러 언제쯤 7위안대를 기록하나 싶었으나 지금은 6위안대까지 가볍게 진입, 4월 말 현재 6위안 후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지노선인 5위안대 진입도 빠르면 1~2년 내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세계 외환시장에 막강 위안화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이처럼 위안화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고공비행을 계속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후의 경제 침체 우려로 미국 달러화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꼽는다. 안 그래도 중국 금융당국은 미국으로부터 절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던 차였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도 이유다. 2007년과 2008년 4월 현재 중국은 무역수지 흑자 2600억 달러와 외환보유고 1조60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평가 절상으로 수출에 미칠 악영향이나 이에 따른 외환보유고 축소를 우려해 의도적으로 위안화의 절상을 억제할 필요가 없어졌다. 
투기자본으로 불리는 이른바 ‘핫 머니’의 대량 유입 요인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위안화의 가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평가 절상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기조와 외환보유고의 증가 추세가 대폭 완화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핫 머니를 운용하는 세력들이 이런 기가 막힌 투기 기회를 놓칠 까닭이 없다. 실제로 지금 중국에 유입된 핫 머니는 올해 1분기에만 무려 800억 달러에 이른다. 앞으로도 특별한 규제가 없는 한 월 10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위안화의 수요는 급증하고 절상 속도는 더 빨라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

물가 잡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상

중국의 올 1월 소비자 물가는 12년 만에 최고 기록인 7.1%나 치솟았다. 2월에는 아예 한술 더 떴다. 무려  8.2%에 이르렀다. 3월의 소비자 물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8% 수준은 충분히 될 것이라는 게 일반 관측이다. 문제는 이 경우 서민의 생활이 매우 고통스럽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월 한 달 동안 중국 전역의 음식 가격은 평균 23.3%나 치솟았다. 여기에 유가 등의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 인상폭 역시 심상치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의 확실한 조처가 필요한 것이다.

ⓒReuters=Newsis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상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실업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위는 대형 건물 뒤에 숨은 중국 빈민촌.
하지만 당장 물가를 잡고 경기를 식힐 마땅한 조처가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았다. 긴축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여러 차례 인상하기도 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게다가 강력한 물가억제책인 금리 인상은 자칫 경기를 급격하게 악화시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떠오른 것이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속화였다. 평가절상 속도를 가속화할 경우 수입 물가 부담도 줄이고 통화량 공급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중국 정부가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중국에 동전의 양면처럼 확실한 명암이 있다. 우선 바람직한 면을 보면 수출을 줄이는 대신 수입을 촉진하게 된다는 점이 그렇지 않나 싶다. 이 경우 중국은 자국에 집중된 전세계적 무역 압력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압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를 가진다.

경쟁력 없는 수출 기업을 도태시키는 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 역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이 경우 기업의 효율은 대폭 제고되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차제에 국가 경제구조를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주도형으로 바꾸는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 경제당국의 오랜 숙원이 엉뚱하게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 질 향상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도 괜찮다. 예컨대 1인당 GDP의 대폭 증가, 늘어날 해외여행과 유학의 활성화 등은 누가 뭐래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아들을 미국 대학에 유학 보낸 베이징(北京)의 대학교수 쉬융빈(徐永彬) 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 학비와 생활비 4만 달러를 보내려면 35만 위안 가까이 환전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28만 위안 전후면 충분하다. 최근에는 이 줄어든 돈으로 우리 내외가 미국에도 갔다 왔다. 그래도 돈이 약간 남았다. 위안화 강세의 즐거움을 요즘 톡톡히 누리고 있다.”라면서 최근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측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수출 규모 축소에 따른 성장률 저하가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수출이 축소되더라도 여전히 10% 전후의 성장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만 6~7%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이 경우 실업률 또한 대폭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경제가 경착륙할지 모른다는 염려와 일맥 상통하는 대목이다.

헤지 펀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울 듯하다. 중국 금융당국이 조만간 헤지 펀드의 준동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것은 바로 이런 전망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위안화의 고공 비행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그렇기는 하다. 국제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중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주요 시장에서 확실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가전제품이나 철강·화학 분야는 확실히 이런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를 불러와 궁극적으로 중국에 원자재나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역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산 농산물과 생필품 가격 상승을 초래해 국내 물가 오름 압력을 촉발할 가능성 역시 높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의 고공 비행에 인위적으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은근하게 부추길 개연성이 짙다. 1달러당 환율이 2010년 5위안을 돌파한 다음 2020년쯤 4위안대도 위협하리라는 전망은 그래서 전혀 현실성 없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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