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2002년부터 종교 집단을 이끈 교주 워런 제프스(가운데)는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예언자로 추앙받았다.

4월9일 미국 텍사스 경찰은 나흘간에 걸친 근본주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FLDS) 신도 집단 거주지에 대한 수색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텍사스 북서부 엘도라도 시 근처 농장에서 이틀간 FLDS 신도와 대치하다 4월5일 밤 집단 거주지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이 엘도라도 집단 거주지는 이중 울타리로 봉쇄돼 있었는데 그 규모가  6.87㎢로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했다. 여기에는 예배당은 물론 병원·학교·공장까지 있어 그 자체가 왕국이었다. 이 비밀 왕국에서 경찰은 어린이를 포함해 신도 500여 명을 찾아냈고 이 중 어린이와 여성 5백34명을 임시 보호소에 보냈다.

경찰이 이 집단 거주지를 조사한 이유는 이곳 소녀들이 강간과 학대에 시달린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FLDS는 일부다처제를 표방하는 종교 집단이다. 이 종교의 지도자는 ‘남자가 천국에 가려면 아내 셋을 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성은 남성의 말을 따르고 순종해야 한다고 배운다. 말이 좋아 일부다처지 실제로는 어른 남성이 여자 아이의 성을 착취하는 구조다. 이 공동체를 탈출한 여성은 정신적·심리적으로 유악한 아이들이 반강제로 결혼이란 이름 아래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집단 거주지에서는 신문·방송·인터넷을 볼 수 없고, 일방으로 교리를 세뇌받기 때문에 아동 학대가 은폐되어 외부에 알려졌다.

FLDS(The Fundamentalist Church of Jej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는 흔히 모르몬교에서 갈라져 나온 분파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모르몬교(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대변인은 “FLDS는 모르몬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독립 교단이다. 모르몬 교단은 1980년 공식으로 일부다처제를 폐지했고 이때 교단 내부에 반대가 없었다. FLDS는 그 이후에 생겨난 조직으로 모르몬교의 분파라는 설명도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FLDS는 1930년대 미국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를 중심으로 생겨났다고 추정한다. 현재 유타 주 힐데일, 애리조나 주 콜로라도, 텍사스 엘도라도 등에 이런 공동체가 있고 캐나다 바운티플에도 비슷한 공동체가 있다. 현재 신도가 1만~2만명 된다.  2000년 인구조사 때 힐데일와 콜로라도에만 6000명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주 체포 이후에도 믿음 안 버려

미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FLDS는, 최근 우리 나라에 물의를 일으킨 한국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단과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교주의 지나친 성(性) 행각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점이 닮았다.

최근 FLDS가 사회 문제가 된 것은 교주 워랜 제프스의 엽기 행각이 폭로되면서부터다. 전 교주 루론이 2002년 98세로 사망한 뒤 아들 워런 제프스가 교주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젊은 아내들을 ‘인수’하고 다수 여성 신도를 성착취했다. 2006년 당시 워런의 아내는 60~70명에 달했다. 여기에 그는 ‘소녀 장사’도 했다. 측근이 더 많은 여성을 아내로 삼는 것을 허락하면서 충성 경쟁을 유도했다. 일부 나이 든 남성에게 아내가 몰리면서 남성 신도 수에 비해 여성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났다. 교단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젊은 남성 신도 수백명을 파문해 내쫓았다. 이때 공동체에서 밀려난 젊은 신도가 FLDS 실상을 언론에 알리면서 주목되었다.

성 착취의 명분이 ‘결혼’이라는 점도 FLDS와 JMS가 닮은 점이다. JMS 교단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구약 4000년 주종 관계, 신약 2000년 부자 관계, 성약 1000년 애인(부부) 관계’라고 가르친다. 교단은 이것이 비유적 표현이라고 말하지만,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2003년 정 교주에게 성폭행당한 한 여성은 “정명석을 만나기 전에 ‘너희들은 하나님의 신부다’ ‘하나님을 사랑하느냐, 사랑하는 애인과 섹스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 정명석은 재림 예수로 추앙되었기 때문에 결국 정명석과 섹스를 하라는 뜻이었다”라고 말했다. 정명석 스스로도 성폭행 현장에서 이 ‘성약 1000년 애인 관계’ 논리를 내세우며 피해자 신도를 압박했다.
 

워런 제프스는 정명석(위·오른쪽 사진 가운데)과 닮았다.

교주 체포 이후에도 신도의 믿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닮았다. 워런 제프스 교주는 FBI에 현상금 10만 달러로 수배된 뒤 2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 2006년 8월2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검거됐다. 검거 당시 워런 제프스의 재산은 1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는 14세 소녀가 19세 사촌과 강제로 결혼당하는 걸 도와준 죄로 애리조나 법정에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유타 주 재판은 진행 중이다. 워런 제프스는 미성년자 소녀들에게 “섹스를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라며 결혼과 성행위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런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FLDS 신도는 교주에 대한 믿음을 접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불신자의 탄압’으로 보고 더 단결하고 있다. FLDS 집단은 1935년, 1944년, 1953년에도 대대적인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몇몇 신앙 지도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체는 해체되지 않고 감시만 강해졌다.

조기 결혼 피해 어린이 상당수는 교주 워런의 ‘아내’다. 하지만 이 어린이들은 경찰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오랜 기간 세뇌를 받은 아이들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워런 제프스는 아직 성폭행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 유타 주 법에는 16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의가 있더라도 결혼이 불법이지만, 이를 ‘성폭행’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건 보도를 접한 유타 주민은 공권력이 나서서 FLDS 신앙 공동체를 완전히 해체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신앙의 자유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주정부는 신중한 태도다. FLDS 교단 측은 최근 변호사 19명을 고용했으며  이번 경찰 수색이 불법이고 강제 결혼이나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FLDS 사태와 JMS 사태가 다른 점도 있다. JMS 교단의 경우 정명석 교주 외에 다른 간부가 신도의 성을 착취한 사례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워런 제프스의 아내 사냥을 모든 신도가 알고 용인했던 것과는 달리, JMS 정명석 교주의 성 행각은 일부 간부만 알고 있던 비밀이었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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