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5일 아침 8시40분. 심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신종협씨(31)를 경찰들이 에워쌌다. ‘영장’을 들이밀더니 곧바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닷새 뒤에는 출국금지까지 당했다. 서울 홍제동 공안분실에서 6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총 40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70㎝쯤 돼 보이는 서류 뭉치를 쌓아놓고 있었다. 경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는 신씨의 트위터를 캡처한 화면들이 날짜별로 깨알같이 인쇄돼 있었다. 모두 신씨가 2012년 2월에서 5월까지 ‘#표현의_자유와_박정근을_생각하며_우리민족끼리_일5회_리트윗’이라는 트윗을 쓴 후 북한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를 325회 리트윗해서 벌어진 일이다. 신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피의자의 리트윗이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가”라는 질문을 66번 들었다.

ⓒ시사IN 조남진신종협씨
‘제2의 박정근’은 신씨만이 아니다. ‘박정근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경찰의 연락을 받은 사람은 박정근씨를 포함해 모두 8명(1명은 정보통신법 위반)이다. 2011년 9월 자택과 사진관 압수수색을 받은 박씨에 이어 2012년 4월 권용석씨(21), 2012년 10월 김정도씨(22), 2013년 4월 군복무 중인 ㄱ씨(20), 2013년 5월 신씨 등 모두 4명이 ‘리트윗 국보법’으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씨를 제외한 이들은 박씨 구속 당시 항의 퍼포먼스로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한 사람들이다.

수사를 당한 이들은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위축됐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수사가 끝난 날 기분이 좋아서 와인을 마시다가 맥북 위에 쏟았다. 고장 나서 새 컴퓨터를 사려고 보다가 ‘인민에어’라고 체 게바라, 마오쩌둥, 김정은 등이 그려진 맥북에어 패러디물이 있기에 재밌어서 트윗에 올렸다. 그런데 거기 김정은이 있지 않나… 재범 우려 어쩌고 할까 봐 5분 있다가 지웠다. 사소한 것도 스스로 검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8월2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박정근씨(사진)는 “뜻을 같이한 주위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수사를 받고 위험해지니 마음이 좋지 않다. 2심 때는 재판부가 시대에 맞는 판결문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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