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박정근 사건’을 다룬 연극을 볼 수 있다. 제목은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다. 올해로 활동 20주년을 맞는 연출가 그룹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이 여는 연극 페스티벌 ‘국가보안법’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윤한솔씨(41)는 사진가 박정근씨가 북한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섬뜩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국가보안법에 관련된 모든 텍스트를 읽고 토론했다.

ⓒ시사IN 신선영

윤씨는 옥인 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Seoul Deca– dence)〉(토탈미술관, 2013)라는 영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박정근씨가 본인이 작성한 최후 진술서의 의도를 법정에서 보다 잘 읽어 내려가기 위해 연기 지도자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연극에서 관객들 틈에 섞여 앉은 배우들은 처음에는 영상 속 박씨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한다. 하지만 결국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박씨가 아닌 연기 지도자의 말을 소리 높여 따라 하게 된다.

윤씨는 “공연은 경험하는 것이다. 공연을 ‘본다’는 말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연극은 박정근 사건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작품은 윤씨가 기획 중인 ‘대한민국 연작’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윤씨는 앞으로 아파트, 기독교, 노인 등의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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