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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구나 동물들의 뜨개질

숲 속의 재봉사뿐 아니라 온갖 동물이 뜨개질거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버려져 떠도는 유기견의 털을 깎아주는 장면에서는 소외된 아이들이 떠오른다.

김서정 (아동문학 평론가) webmaster@sisain.co.kr 2013년 07월 13일 토요일 제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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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이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를 끄집어낸다. 엄마의 손끝에서 완성되던 나와 동생의 털스웨터. 그뿐이 아니다. 기억들은 줄줄이 딸려 나온다. 엄마가 들여다보던 뜨개질 교본, 그 책 속에 내 것과 똑같은 스웨터를 입고 서 있는 여자 아이, 풀려나가던 스웨터와 부풀어 오르던 실뭉치, 내 두 팔 사이에 혹은 무릎 사이에 걸쳐지던 실 꾸러미의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

사 입을 옷도, 옷을 살 돈도 흔치 않았던 옛날에 엄마들은 큰맘 먹고 산 새 실이나, 보통은 낡은 뜨개옷을 재활용한 실로 아이들 옷을 짜 입혔다. 그 옷이 얼마나 귀한지 그때는 몰랐다. 그 생각을 하는 지금은 살짝 목이 멘다.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은 그렇게 살짝 목이 메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숲 속의 재봉사뿐 아니라 온갖 동물이 저마다 뜨개질거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완성된 옷을 서로 나눠 입은 채 눈밭에서 노는 모습이 까맣게 잊었던 어린 시절 뜨개질에 얽힌 추억을 뭉클하게 되살려준다.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최향랑 지음, 창비 펴냄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최향랑 지음, 창비 펴냄
뜨개바늘 대신 이쑤시개 사용

목이 메는 이유는 또 있다. 무시무시해 보이는 털북숭이 괴물 쿵쿵이가 사실은 버림받은 개였다는 것. 손질받지 못해 제멋대로 자라고 엉킨 더러운 털을 깎아주자 그 안에서 나온 하얗고 조그만 몸뚱이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버려져 떠도는 수만 마리 유기견이 눈에 밟힌다. 더 나아가자면, 정작 필요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해 분노와 좌절감으로 똘똘 뭉친 채 으르렁거리는 ‘문제아’들이 이 ‘괴물’의 모습과 겹쳐 떠오르기도 한다. 외양은 그리 뒤엉켰지만 정작 여린 속마음은 바들바들 떨고 있지 않을까. 생쥐에서 하마에 이르는 온갖 동물이 쿵쿵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듯, 우리도 아이들을 다시 깨끗하고 부드럽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일까. 가족들이 둘러앉아 뜨개질하는 시간을 잠깐씩이라도 가져본다면 행복한 아이들이 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일까. 생각은 그렇게도 뻗어간다.

전작 <숲 속 재봉사>에서 꽃과 조개껍데기와 포장지와 단추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사용해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냈던 이 작가는, 이번에는 털실에 도전해서 또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워낙 작은 옷들을 떠야 해서 뜨개바늘 대신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니, 알록달록 뜨개옷이 등장하는 페이지들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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