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다 문정우 지음, 시사IN북 펴냄
처음에는 제목을 ‘아랍 당나귀의 책읽기’라고 하려 했단다. 아랍 당나귀는 저자의 별명. 생김새가 ‘그쪽 계열’이라고 후배가 정해주었다. ‘책읽기’라는 단어가 심심해 ‘아랍 당나귀의 책찍질’로 해볼까도 고민했단다. 〈시사IN〉 연재 꼭지명인 ‘독서본능’을 따올까 했지만, 이미 동명의 책이 출간되었다. 궁리하다가 결국 오랜 동료 이문재 시인이 건넨 책 제목으로 정했다. 〈나는 읽는다〉. 〈시사IN〉 온라인판과 지면에서 3년 넘게 연재한 글을 모았다. ‘독서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온라인 글은 편당 200자 원고지 50장 안팎. ‘독서본능’으로 지면에 쓴 글은 20장 안팎이었다. 합해 2000장이 넘는다. 책으로 묶으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모자란 부분은 꼼꼼하게 보강했다. 상실(자본주의),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원고를 재배열했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라고 말한다. ‘주례사 비평’과도 거리가 멀다.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기에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되는 것만을 골랐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저자의 〈미학 오디세이〉는 일반인들이 ‘미학’이라는 단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8년,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시킨 〈진중권의 서양미술사-고전예술 편〉을 펴냈다. 2011년에 ‘모더니즘 편’을 낸 데 이어 이번에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을 출간했다. 3부작의 완결편인 셈이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예술의 형식적·내용적 측면과 함께 양식의 변화, 나아가 예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정신, 문화적 맥락까지 다룬다. 저자는 책 세 권을 쓰면서 ‘서양미술사의 세부를 충실하게 조망하는 것보다 그 방대한 역사의 골격을 드러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한다. 예술 작품을 천재성의 산물로만 여겨 그 이면의 깊은 사유와 문화적 배경을 간과하지 않도록. 이 책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 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을 탐구한다.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와 논리를 명료하게 드러내 그 지형도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윤형 지음, 어크로스 펴냄
세대 담론이 유행했다. 저자에게 청년 세대의 시각에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이어졌다. 그는 그런 글을 쓰면서, 청년 세대 문제가 그들이 가장 힘든 세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느꼈다. 잉여와 루저, 그 불안한 청년 세대의 풍경을 드러낸다.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오월의봄 펴냄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진보적 철학자들이 모인 연구단체다. ‘맑스주의를 이 시대의 관점으로 어떻게 다시 읽어야 하는가’ 탐구한다. 마르크스-엥겔스에서부터 요즘 가장 뜨거운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23명을 다루며 ‘오늘의 맑스주의’를 이야기한다.

조용한 걸음으로 김병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기자·문학평론가·출판인으로 많은 글을 만져온 저자의 산문집. 문학과 세상에 대한 에세이, 근래 읽은 책에 대한 소감 등을 담았다. 젊은이들의 절망이 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글로 문을 열고, 벤치에 앉아 쉬며 인생의 허망함을 받아들이며 안식을 취하겠다는 글로 닫는다.

노동자의 변호사들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최규석 지음, 미지북스 펴냄 재능교육 해고 사건, 쌍용차 파업,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해고 사건 등. 지난 10여 년 동안 발생한 노동사건 열 장면을 소개한다. 당시 노동자들을 도운 변호사들의 이야기는 사건의 핵심과 맥락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만화가 최규석은 이들 변호사가 겪는 현실과 고민을 그렸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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