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제공지난 3월18일 새만금 방조제에서 망원경으로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이명박 정부에게 한·미 동맹 복원은 남북 관계를 비롯해 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특히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 경제 살리기 역시 출발점을 한·미 동맹 복원에 걸었다고 할 만큼 한·미 동맹은 이 정부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 결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4월15일 뉴욕 일정부터 시작해 19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거치면 첫 계산서가 날아오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보면 우리 쪽이 미국에 줘야 할 것은 매우 많은 데 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을 건지, 뚜렷하지 않다.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체와 MD·PSI 가입은 중국이나 북한 등과의 관계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를 축소할 게 뻔하다. 여기에다 천문학 비용의 기지이전비와 방위분담금 증액 요청, 그리고 첨단무기 구입비 등 경제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한·미 관계를 우선하느라고 지난 10년간 순탄했던 남북 관계마저 최근 헝클어졌다. 미국이 신용평가 등급을 상향 조정해준다 해도, 남북 관계 악화로 코리안 리스크가 올라가면 그것도 말짱 도루묵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관계 복원에 착안한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미국 경제 현실에서 핵심 다국적기업이 생산거점을 아시아 공업국가, 즉 중국을 제외한 한국·인도·베트남 등지로 옮길 가능성이 예견됐고, 이를 새만금이나 나들섬 구상으로 수용할 경우 두바이의 기적을 한국에서 재현하는 상상을 해볼 수는 있었다.

실제로 나들섬의 경우 모토로라, AT&T, 엑슨, 모빌, 카길, 코카콜라 등 대북 진출을 희망하는 미국의 5대 다국적기업의 대북 진출 거점으로 개발하고, 여기에 북한의 싼 노동력을 결합하면 미국과 원산지 표시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개성공단에 대한 대안이 될 것 같아 보였다. 따라서 나들섬은 이번 미국 방문 과정에서 미국 자본 유치 메카로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이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았다. 나들섬은 한·미 연합사와 북한 간의 공동경비구역 안에 있어 북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삽질 하나도 불가능하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놔두고 이를 허용할 리도 만무하고 더구나 남북 관계가 악화한 최근 상황에 비춰보면 더더욱 가능성이 희박하다.

새만금에 미국 자본 끌어들이기 쉽지 않아

또한 이곳에 인공섬을 조성하면 홍수시에 북한 측 지역은 물론이고 김포나 일산 강서·마포구 일대까지 물에 잠길 위험이 있어, 반대하는 전문가가 많다.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되지 않을 일 생색이나 내자는 의도였을 수 있다.

새만금으로 미국 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다가 실패한 인천 송도자유경제지대 구상의 후속편이다. 미국 금융자본 유치를 전제로 동북아 금융 허브를 꿈꾸며 깃발을 꽂았던 송도 개발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는 새만금에서 또다시 판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지난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투자를 기다리다 못해 일본으로 방향을 틀겠는가.

아무리 친미도 좋지만 모든 일은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정부에도 진짜 미국을 아는 전문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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