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널리스트’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을 결합한 조어로, 정·관계에 진출한 언론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지만 근대국가 건설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건국 초기에 불가피했던 면도 있다. 가령 고 장준하 선생의 이력을 보면 〈사상계〉의 발행인으로 언론인이면서 이승만·장면 정부의 관료를 했고, 잡지를 계속 운영하면서 박정희 정부 하의 국회의원이 되는 등 지금의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횡단’을 보여준다.

하지만 군사독재 정부가 언론인들을 정치 영역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관리’하게 되면서 ‘언론인의 정치인 전직’은 근절해야 할 폐해로 자리잡았다. 민주화 이후 이 ‘폐해’는 다소 줄어드는 듯 했으나 MB 정부 출범 이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MB 정부 폴리널리스트 88인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만도 이미 언론인 출신이 네 명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일보〉, KBS, 〈세계일보〉 〈문화일보〉를 두루 거친 기자 출신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사진)은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전문가이긴 하지만 〈중앙일보〉에서 일한 적이 있고 위키트리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가장 많이 비판받은 이남기 홍보수석의 경우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으로 재직하다 곧바로 청와대로 간 경우다.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은 〈조선일보〉 부국장을 지낸 전력이 있다.

정부 홍보 라인을 언론인 출신으로 배치하는 것은 민주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업무 특성으로 볼 땐 가장 효율적인 인선인지 모르겠으나,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차단할 가이드라인을 사회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자명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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