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연속극 주제가를 부를 정도로 인기 있는 가수 셰둥(오른쪽)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왼쪽은 수감되는 셰둥.
요즘 동아시아 연예계는 홍콩 스타 천관시(陳冠希)의 섹스 사진 유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한국의 남성 성인 네티즌 가운데 천관시 스캔들 사진을 안 본 사람이 드물 정도다. 하지만 중국 본토를 흔드는 연예 스캔들은 따로 있다. 바로 셰둥(謝東·45) 마약 투약 사건이다.

 텔레비전 연속극인 〈우리들의 이야기(我們的故事)〉의 주제가를 부를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인기를 끌었던 그가 마약 투약 혐의로 최근 베이징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그는 지난해 5월에도 같은 혐의로 체포된 다음 중독자를 위한 수용소인 ‘마약 계독소’에서 치료를 받고 출소한 적이 있어 이번 사건의 충격은 더욱 크다.

그는 지난해 출소할 때만 해도 마약과는 더 이상 인연이 없을 것 같았다. 마약 감독 당국에서 완치를 확신한 데다 본인 역시 약을 완전히 끊게 됐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그가 베이징 시 당국에 의해 ‘마약 퇴치 홍보 대사’로 임명된 것은 다 그런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출소 이후에도 함께 치료를 받던 내연의 여성인 자(賈) 아무개 씨와 꾸준히 필로폰을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그와 자 씨는 지난 2월 말 가족일 개연성이 다분한 주위 친지의 신고로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또 베이징 외곽 스징산(石景山)에 소재한 그의 자택에서는 증거물인 필로폰 상당량이 압수되기도 했다.

장위(위)는 ‘성 상납’ 의혹을 받고 있다.
재범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그는 조만간 열릴 재판에서 중벌에 처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이징칭녠바오(북경청년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까지도 그가 이번에 재판에 회부될 경우 최소한 수년간 징역형에 처해질 게 확실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중국 연예계의 대부로 불리는 연기인 출신 영화 제작자 천페이쓰(陳佩斯) 씨는 “중국인의 심성이 그렇듯, 중국 연예계는 한 번 실수에는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러나 두 번 실수는 여간해서는 잘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질 나쁜 실수일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연예인에게는 마약 흡입이 실수 중에서도 가장 큰 실수다”라면서 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약 탓에 퇴출된 스타 수두룩

중국 연예계에는 지난 세기 말 마약으로 인한 희생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 꽃다운 20대에 세상을 떠나 마약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첫 번째는 영화배우 주제(朱潔). 그는 ‘스타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중앙희극학원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졸업과 동시에 동기인 쉬판·장산 등과 함께 연예계에 본격 투신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세계 스타인 궁리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특히 〈창다청런(長大成人)〉이라는 작품은 그녀를 일거에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후 마약에 깊이 빠져들었다. 중독자를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손에 댄 마약이 급기야 실제 중독으로 이어져 1997년 생명까지 잃은 것이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 28세였다.

마약 범죄로 연예계에서 퇴출된 사바오량.
지금도 기억하는 팬이 적지 않은 뤄치(羅琦)라는 아이돌 스타의 비운도 비슷하다. 1975년 장시(江西)성 난창(南昌) 출신인 그녀는 이른바 ‘천재 소녀’였다. 13세에 데뷔해 18세에 개인 리사이틀을 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세 나이에 ‘중국 록의 여제’로 불렸다. 그녀에게 주제 못지않은 불행이 찾아온 것은 역시 1997년. 장쑤(江蘇)성 난징에서 마약을 다량 흡입한 채 자가용을 몰고 가다 대형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결국 그녀는 3개월 동안 마약 중독자 수용소인 계독소(戒毒所) 신세를 진 다음 출소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 옛날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그녀는 급기야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간의 독일 체류다. 지금껏 독일을 비롯한 해외를 전전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은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마약 흡입을 통해 휘청거리다 불행을 당한 연예인이 적지 않다. 대표 사례로 이름난 영화감독이자 가수인 자훙성(賈宏聲), 가수 징강산(景崗山), 사바오량(沙寶亮)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줄줄이 마약 관련 범죄로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중국 사법 당국이 셰둥 사건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어가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마약 스캔들은 섹스 스캔들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년에 터진 유명 사극 배우인 장위(張鈺·32) 섹스 스캔들이었다. 이는 비밀을 폭로한 장본인인 장위가 배역을 얻기 위해 감독과 스태프에게 이른바 몸 로비를 광범위하게 벌였다는 내용으로, 거의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마약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떠돌기도 했다. 중국 공안 당국 역시 이 소문을 일부 인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더 이상 공개적인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록의 여제’ 뤄치(위)는 마약 탓에 은퇴했다.
최근 중국 본토 연예인의 마약 추문은 홍콩의 천관시 섹스 스캔들 파문과도 무관하지 않다. 천관시 비디오 사건에 중국 출신 여성 연예인까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 여성이 마약을 사용했다는 소문이 계속 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 언론은 셰둥의 마약 흡입 사건을 잇달아 속보로 내보내는 등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사회가 마약 사범에 대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중국인은 ‘마약’에 관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다. 당장 19세기 중반 영국과 아편전쟁을 치른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중국인은 마약의 범람을 망국의 징조로 여긴다. 중국 당국이 수년 전 한국인 마약 사범 신 아무개 씨를 외국인인데도 사형에 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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