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희〈조선신보〉 사설을 통해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비판한 북한 측이 연일 개성 지역을 겨냥한 조처를 꺼내들었다. 3월 남북 회담 파국설 등 북한의 대남 공세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 것 같다. 파국이 올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중간에 서서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동분서주하던 움직임도 잦아든 지 이미 오래다. 북한 측도 2월 말까지는 지켜보자는 심산이었던 듯하다. 지난 1, 2월 새 정부 측과 대화 라인을 구축하려던 몇 차례 시도가 결국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난 뒤에도, 대응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북한으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혹스럽고 이해가 안 가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통일은 없다〉라는 책을 쓴 저자가 갑자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지를 않나, 그런 사람을 앉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남북이 언제라도 만나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 그날 베이징을 통해 전달된 북한 측 반응은 ‘참으로 희한하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본 인식을 문제 삼기 시작한 북한

‘어쩌려고 저러나’ 하고 고개를 쭉 빼고 지켜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키 리졸브’ 태풍이 불어닥쳤다. 핵잠수함 니미츠 호까지 동원돼 한반도 남단 전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화약 연기에 휩싸일 즈음,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행사에서 또다시 운을 뗐다.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남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남북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 문제로 봐야 한다.” 북한 측이 듣기에는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 ‘우리 민족끼리’ 합의한 것을 깰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연합뉴스지난해 12월 개성공단 화물을 싣고 운행을 시작한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2월29일자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사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 시각을 절절히 담았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며, 핵 포기 개방 등의 전제를 붙이는 걸 보면 ‘김영삼 정부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것에서부터, 개방하면 10년 안에 소득 3000달러 시대가 열린다는 것은 ‘북한을 너무 모르고 같은 민족을 모독하는 일’이라는 등,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한꺼번에 쏟아낸 뒤, 마지막 피니시 블로를 날렸다. ‘아무래도 최고 집권자의 기본 인식에 뭔가 흠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단순히 총련 기관지로만 볼 수 없다. 주요 기사는 평양의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작성한다는 게 바로 이 바닥의 견해다. 특히 대남 문제는 반드시 김정일 위원장의 결재를 통하게 되어 있으니, 문제의 조선신보 사설의 최종 데스크는 김 위원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난 3월6일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남한의 새 정부를 ‘보수 집권 세력’ ‘파쇼 통치의 후예’라고 비판함으로써,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주목할 것은 최근 북한의 조처가 모두 개성을 초점에 두고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3월1일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금강산 개성 지역에 대한 남한 측 민간단체 방북을 무기한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3월2일 개성공단 거주자에 대한 등록 수수료로 10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거져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소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 다음 북한 행보는 무엇일까. 이미 남쪽의 ‘국제주의’에 맞서 중국 대사관 방문이라는 ‘북한식 국제주의’로 배수진을 친 김정일 위원장이다. 앞으로 대남 관계에서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질지 모른다. 3월에 남북 회담이 개최될 경우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제19차 장관급 회담 같은 파국이 올지 모른다는 얘기에서부터, 북한이 10·4 정상회담 합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며 남한을 약속 위반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는 등, 들리느니 어두운 소식뿐이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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