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주인공이 고른 이상형, 그러니까 미국 입양아 출신의 의사 남편이 친부모를 찾게 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그녀와 새 가족으로 얽히게 된 시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손주를 애원한다. “낳기만 해라, 응? 우리가 다 키워줄게.” 아, 아들을 찾자마자 다시 대를 이을 핏줄을 챙기는 저 집착이라니.
그러나 이를 우리 사회에 대한 비유로 치환하면 그럴 법도 하다 싶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자기 자신의 미래조차 기약하기 힘든 개인으로서야 어쩌면 3포가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기성세대는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재생산이 끊길까 두렵다.
단,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드라마 속 시월드는 ‘낳기만 해라. 책임지고 키워줄게’라는 말로 열심히 며느리를 설득하려 든다. 설사 훗날 공치사로 드러날지언정 당장은 절절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라는 현실 속 시월드는 하다못해 입에 발린 말조차 하지 않는다. ‘다 책임질게’는커녕 기껏 무상보육 지원책이라고 생색내며 도입한 제도조차 뜯어보면 꼼수투성이다(이번 호 커버스토리 참조).
이번에 30대가 선거에서 대거 기권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떤 이는 이 세대의 탈정치적 성향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나는 그보다 이들의 감수성에 주목한다. 광우병·무상급식 같은 일상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들이다. 이번 호 인터뷰에 등장한 미국 ‘커피파티’ 창시자 애너벨 박은 “보통의 유권자들은 누가 이기고 지는가보다 내 아이 교육은 어떻게 바뀔까 같은, 자신들이 피부로 겪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한다. 리더라면 그 관심사를 읽어내고 답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여성은 직업을 가지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길 바란다”라던 이가 정권 실세로 승승장구한 지난 4년이다. 이를 견제할 야권은 누가 이기고 지느냐에 매몰돼 삶의 문제를 놓쳐버렸다. 그러니 3포 세대는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식한 정치가 무례한 시월드보다 절망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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