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은주2008 타이완 등불축제(위)에는 20m가 넘는 쥐 모양의 초대형 등불이 등장했다.
2월21일부터 열흘 동안, 타이완의 밤은 낮보다 밝다. 타이완의 정월대보름인 원소절(元宵節) 무렵 불을 밝히는 등불축제(燈會)가 타이완 곳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등불 축제는 타이완의 대표 축제로, 정월 보름날 등불을 들고 귀신을 찾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에서 귀신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달빛이라고 여겨 달빛을 찾기 위해 등불을 들었다고 한다.

등불축제 기간 중 타이완 전역에는 밤마다 화려하고 독특한 등불이 밝혀진다. 전문가, 시민이 참여해 만든 등불 수만 개가 전국 각지에서 전시된다. 또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각종 공연과 축제 행렬이 이어진다. 학생과 시민이 직접 제작한 등불 경연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사자춤 같은 중국 전통공연이 날마다 열린다. 밤마다 가족과 연인들이 축제장을 찾아 공연을 감상하고 야시장의 먹을거리를 즐긴다. 타이완 교통부 관광국 라이서전 국장은 “등불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져 축제 기간에 타이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했다”라고 자랑했다.

2월21일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타이난에서 열린 ‘2008 타이완 등불축제’에는 20m가 넘는 쥐 모양의 초대형 등불이 등장했다. 쥐띠 해를 기념하기 위해 첨단과학을 동원해 만든 형형색색의 화려한 등이었다. 오는 3월22일 치러질 총통 선거가 끝나면 임기가 끝나는 천수이볜 타이완 총통이 직접 나와 등불을 밝혔다.

천수입볜 총통이 직접 등불 밝혀

등불축제는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서 본 행사가 진행돼왔는데, 2001년부터는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도시를 순회하며 메인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천수이볜 총통의 고향인 타이난에서 메인 행사가 열렸다. 타이난에는 5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천 총통은 점등식을 하면서 “총통 임기 마지막 해에 고향에서 점등식을 하게 돼 더 감동적이다. 등불축제가 더욱 큰 국제 축제로 발전하려면 전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중국인은 등을 만들고 밝히면서 소원을 빈다. 등불축제 개막식에서 등을 밝힌 천수이볜 총통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다음 달 총통 선거를 앞두고 천 총통은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집권했던 지난 8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냉혹하기 때문이다. 천 총통의 타이완 독립 강경 노선으로 중국과 마찰이 심해지고, 경제마저 침체되었다는 여론이 높다. 그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는 천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후보 대신 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 조사가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천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타이완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본토인의 정당이어서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등불축제 기간 중 타이완 국민이 밝힌 등불 수만 개 속에는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든 올해는 더 잘살게 해달라’는 소원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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