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3M흥업(興Up!)의 김태훈씨(왼쪽)와 최광희씨.
블로그가 가진 1인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팀을 이뤄 블로그의 미디어 기능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뜻 맞는 블로거들이 팀 형태로 그룹화해서 전문 콘텐츠를 만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3M흥업(興Up!)’이라는 문화 관련 팀 블로그를 보자. 프리랜서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방송 프로듀서 김경찬씨 등 세 남자가 개인 미디어를 만들어보기 위해 2007년 5월부터 문을 연 팀 블로그다.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최광희씨나 김태훈씨는 누구에게도 편집권을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 공간이 필요했다. 김경찬 PD 역시 자기 생각을 털어놓을 놀이터를 원했던 터에 의기투합했다. 최광희씨는 “하나의 관점보다는 세 개의 관점이 더 강력하고 미디어적일 것 같다는 판단 아래 팀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존 매체에서는 대형 기획사나 광고주, 편집자의 눈치를 보느라 다루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그런 문제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도 적지 않다. 예컨대 대형 기획사가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반복되는 표절 시비나 ‘원더걸스 현상’ 같은 것이 있다. 이들이 이런 문제를 파고들면서 인터넷에서는 대형 기획사의 표절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해결 방법도 모색되곤 한다.

기존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풀어내다 보니, 이들의 블로그를 찾는 이가 급증했다. 마니아와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덕분에 ‘3M흥업(興Up!)’은 또 하나의 미디어로 인정받는 수준에 올랐다. 최광희씨는 얼마 전 타이완 영화사로부터 한국 영화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현지 취재 요청을 받았다. 팀 블로그 ‘3M흥업(興Up!)’ 기자 자격이었다. 최씨는 타이완에서 취재한 내용을 블로그에 가장 먼저 발표했다. 최광희씨는 “영화 잡지사를 그만둔 뒤에는 3M흥업(興Up!)이 나의 기반 매체가 되었다. 이 블로그가 영화 저널리스트인 나의 주요 활동 무대이자 내 매체다”라고 말했다.

블로그가 자신의 미디어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존 미디어와의 연계도 훨씬 활발해졌다. 세 남자가 올린 글을 보고 원고를 청탁하거나 출연 요청을 해오는 곳이 많아졌다. 김태훈씨와 최광희씨는 이 팀 블로그 덕에 오디오북 포털 오디언닷컴의 한 코너를 맡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세 남자는 요즘 신나는 꿈을 꾼다. 3M흥업(興Up!)이 유명해지면서 블로그를 통한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3M흥업(興Up!)의 이름으로 저 예산 영화에 투자하거나, 인디 밴드에게 무대를 만들어 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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