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최승철 아·태평화위 및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지난해 남북 관계가 낳은 최고 스타였다. 대선 기간에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 측 정치인치고 그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10월의 남북 정상회담 실무 역시 그의 손을 거쳐 이루어졌다. 이른바 ‘통·통 체제’의 북한 측 담당자였다.

그런데 정상회담 직후 오히려 최승철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베이징을 무대로 끊임없이 나돌았다. 예를 들어 통전부의 또 다른 외곽 단체인 민화협 관계자들이 통전부의 실세로 알려진 최승철을 우습게 아는 듯한 언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정은 현대 회장이 북한을 다녀가고 얼마 뒤, 최승철이 휘둘러왔던 권한의 상당 부분이 통전부의 얼굴 마담 정도로만 여겨졌던 김양건 통전부장에게 넘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0·4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이자 통전부의 실세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최승철의 위상이 정작 정상회담 직후 흔들리기 시작하는 괴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승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해 11월 초 접했던 남측 NGO 단체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했고 그 성공의 주역이 바로 아·태평화위를 비롯한 통전부이니 그들의 위상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다소 상식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남쪽의 시각에 지나지 않았다.

남쪽에서는 당연히 10월 정상회담에 대해 대성공이라고 자평했으나 북쪽도 과연 그랬을까. 북한 처지에서 보자면 그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북한이 남한의 정상회담 요구를 수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대선 이후 한나라당 정권이 탄생할 경우에 대비해 남북 관계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였다. 그것은 바로 올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남한의 식량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이 약 40만t의 식량 지원을 요구했고 남한이 약속을 했으나 그 뒤 명분을 마련하지 못해 주지 않았다는 얘기는 여러 군데서 확인된 바 있다. 결국 이명박 당선자 체제가 된 현재 노무현 정부로서는 이미 물 건너간 약속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 내에서는 정상회담 이후 ‘남쪽에 당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을 뿐 아니라 협상 실무를 맡았던 최승철의 위상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위태위태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프장 개발 관련 횡령 사건 연루 의혹까지 나돌았다. 내막인즉슨 이렇다. 민경련에 감찰이 시작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해외 동포로부터 지난해 초 개성에 골프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거액을 투자유치해놓고는 멋대로 횡령해버린 사건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 보위부가 조사에 착수했는데 민경련 내부와 민화협을 거쳐 통일전선부 내부까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최승철 부부장 연루 의혹으로까지 불거졌다.

기자명 남문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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