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은행의 엠블럼(위 사진)은 상징적이다. 라보은행의 거버넌스 부문장인 빌베르트 판 덴 보스 씨는 “사람(조합원)이 중심에 있고, 조직 운영에 참여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141개 지역 라보은행은 총회·감독위원회·이사회 3개 기구를 구성하고, 그 밑에 전문경영인을 둔다. 조합원은 총회에 참석해 이사와 감독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141개 지역은행은 12개의 지역대표자회의로 묶이고, 이 12개의 지역대표자회의에서 각각 6명씩 선출해 중앙대표자회의(총 72명)를 구성한다. 이 회의는 일종의 의회 구실을 한다. 1년에 네 차례 소집되는데 중앙 감독위원회 의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중앙 라보은행에 대한 지역 라보은행의 영향력을 강화한 것이다. 보스 씨는 ‘141명의 어머니(지역 라보은행)와 1명의 딸(중앙 라보은행)’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영·미식 은행은 피라미드식으로 결정권을 중앙에서 갖는데, 라보은행은 주요 결정권을 지역 은행이 갖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말 많은’ 구조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보스 씨는 “토론을 많이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하지만 라보은행은 토론 후에 실행이 빠르다. 우리는 100여 년 동안 조합원이 모아준 공동 자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그 돈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임을 동시에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의사 결정 구조는 2008년 경제위기 때 라보은행이 흔들리지 않는 데 도움을 주었다. “대표자나 감독자 가운데는 은행업 종사자가 아닌 사람도 있다. 수상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안건은 통과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라보은행의 미래는 협동조합 조직에 있다. 새로운 세대는 점점 더 커뮤니티를 형성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직한 거래를 원하고, 정직한 은행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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