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위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모습.
중국 정계에 40대 젊은 피가 대거 떠오르고 있다. 중국 언론과 지식인 그룹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60허우(后)’라는 말로 차세대 지도자 그룹을 부른다. 60허우란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낱말이다. 미래를 이끌 젊은 피라는 의미에서 신셴셰예(新鮮血液)라는 표현도 쓴다. 정계의 ‘제6세대’라는 말도 있다. 이들 1960년대 출생 정치인은 아무리 늦어도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가 될 것이다.

루하오, 35세에 베이징 시 부시장에 올라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현실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우선 베이징의 60허우 세대 3두 마차로 불리는 부시장 세 명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상무 부시장인 지린(吉林·46)을 비롯해 루하오(陸昊·41)·천강(陳剛·42) 부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50대의 쟁쟁한 선배들을 사장(司長·국장)급으로 거느린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수년 내에 베이징 시장 정도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 사람 가운데 특히 루하오 부시장이 유력하다. 2003년 35세에 베이징 시 부시장으로 발탁된 것은 그의 욱일승천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는 평가다.

루하오 부시장은 명문 베이징 대학 경제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뒤 28세 때 베이징 모직물공장 공장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30대 초반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IT 단지로 유명한 중관춘의 과학기술단지 관리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이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으로만 따지면 선배인 지린 상무 부시장과 천강 부시장에게 결코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수년 내에 40대의 나이로 베이징 시장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낸다면 그 다음은 총리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대중 연설이 뛰어나고 친화력에서는 단연 발군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저우창(周强·47) 후난성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후진타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젊은 시절 재임해 이른바 출세가 보장된 최고 보직 중 한 자리로 통하는 공산주의청년(共靑團)의 제1서기를 2003년까지 10여 년 동안 역임한 이력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인물이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면서 승승장구 중인 전임자 리커창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느낌을 주는 만큼 루하오 부시장 못지않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청단 서기로 활동하면서 능력을 확실히 검증받았다는 사실이 제일 큰 장점으로 꼽힌다. 2002년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부장(장관)급 이상 취임이 가능한 인재 풀인 200여 명 정원의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피선됐을 정도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벌써부터 차차기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큰 조직을 관리했으면서도 과묵하고 비사교적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중앙정부 부처에서는 쑨정차이(孫政才·45) 농업부장이 단연 돋보인다. 동년배가 같은 부서의 처장(과장)급, 잘해야 사장급인데도 벌써 부장 자리에 올라 전국의 농정을 총지휘한다. 중앙 부처 부장급 고위 관료 중에서도 최연소자이다. 그는 원래 농학박사 출신의 연구원으로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인생은 지난 세기 말 베이징 근교 순이현의 부현장(부군수급)에 부임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박사 출신답게 치밀한 행정을 펼쳐 중앙정부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는 베이징 시 순이구 구장(구청장급)을 거쳐 2002년 베이징 시 비서장(기획실장에 해당)으로 승진한 다음 2006년 43세에 농업부장에 올랐다. 연구원에서 관료로 변신한 지 7년 만에 부장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너무 일찍
출세해 다음 자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지만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맨 왼쪽부터 중국의 대표적 40대 정치인인 루하오·저우창·쑨정차이·천장량·후춘화·장칭웨이·누얼 바이커리. 위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모습.
천장량(陳章良·47) 광시장족 자치구 부주석은 저명한 학자가 정계의 젊은 피로 변신한 사례이다. 미국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딴 다음 베이징 대학에 교수로 부임해 33세에 부총장에까지 오른 뒤 인생의 행로를 180° 바꿔버렸다. 부주석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중국 농업대학 총창으로 재임했다. 한눈 팔지 않고 꾸준히 학업에 매진했을 경우 노벨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학자로 꼽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인재로 꼽힌다. 하지만 큰 키에 시원시원한 언변, 뛰어난 친화력은 정치에 딱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 60허우 세대 정치인으로는 공청단의 후춘화(胡春華·45) 제1서기, 판웨(潘岳·48) 환경총국 부국장, 아이바오쥔(艾寶俊·48)·탕덩제(唐登傑·43) 상하이 시 부시장, 주옌펑(竺延風·47) 지린성 부성장, 거후이쥔(葛慧君·45) 저장성 부성장 등을 더 꼽을 수 있다. 또 누얼 바이커리(努爾 白克力·47) 신장위구르 자치구 주석과  장칭웨이(張慶偉·47) 국방과학공업위원회 주임 역시 거론할 수 있다.

이들 ‘신셴셰예’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우선 문화혁명 탓에 학교를 정상으로 다니지 못한 바로 윗세대 선배와는 달리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한 1980년 이후에 대학을 다녔다. 아무래도 열린 사고와 자유분방한 행동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60허우 세대는 정치를 주도하는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386세대와 비슷한 면도 있다.

새 패러다임으로 중국 발전 이끌 ‘신형 엔진’

각자 전공 분야에서 출충한 능력을 발휘한 검증된 인재들이라는 사실 역시 눈에 띈다.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 성향도 짙다. 대표 인물로 루하오 부시장과 상하이 바오산(寶山)강철 사장 출신인 아이바오쥔 부시장, 지린성 창춘(長春) 이치(一汽)자동차 사장 출신인 주옌펑 부성장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정계에 젊은 피가 떠오르는 것이 크게 나쁠 것은 없다. 자유분방한 사고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맹활약해 정치를 한 계단 더 도약시킬 경우 전체 중국의 발전 역시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기성세대의 소외감에 따른 세대 간 갈등, 사회 조로화 현상, 기성 질서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경향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이른바 ‘노장청(老壯靑) 3결합(원로·장년·청년이 원활하게 협력하는 시스템)’을 강조하는 행보에 적극 나선 것은 이런 현실을 걱정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국 정계는 세대교체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기자명 베이징·홍순도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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