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출신 여야 후보가 맞붙은 강원도지사 선거는 일단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우세로 출발했다. 4월11일 강원 지역 6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엄 후보가 민주당 최문순 후보를 12% 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 측도 이런 차이를 인정했다. 최 후보 캠프의 이영환 비서관은 “10% 포인트가량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광재 후보는 20% 이상 뒤졌다가 역전했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도가 당시 20%대에서 지금은 30%대로 올라섰다.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재·보선은 강원도가 메인 게임으로 여겨졌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하지만 손 대표가 출마하면서 중앙 언론의 관심이 분당을로 옮아가고 강원도 선거는 지역 선거로 밀려났다. 그 유탄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당 최문순 후보가 맞았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강원도가 인구는 150만명(강남 3구를 합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역이 정말 넓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후보 얼굴 한번 못 보고 투표장에 갈 경우가 많아서 인지도가 중요한데, 언론의 관심이 줄면서 인지도에서 밀리는 최 후보의 언론 노출 기회가 줄었다”라고 아쉬워했다. 

ⓒ강원도민일보 제공엄기영 후보(왼쪽)는 영동 지역에서의 우위를 든든히 여기지만, 최문순 후보는 역전을 자신한다.

인지도 높이기와 함께 최 후보는 ‘이광재 동정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광재 전 지사의 낙마를 안타까워하는 정서가 이 지역에 상당한 만큼, 그 후광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지사의 부인 이정숙씨가 4월12일 원주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눈물’로 축사를 한 데 이어     4월14일 아예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고 최 후보 지지를 호소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이씨는 지난해 이 전 지사의 선거운동을 위해 강원도 18개 시·군을 구석구석 누벼 인지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때 이씨의 공천을 검토하기도 했다.

박근혜 ‘엄기영 지지성 방문’은 불발

앞서가는 엄기영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보수적으로 선거 캠페인 기조를 잡았다. 오랜 앵커 활동으로 인지도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만큼 ‘지금 이대로’의 분위기를 투표까지 끌고 가자는 판단에서다. ‘중앙당이 나가지 말라고 해서’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엄 후보가 4월8일 춘천 KBS와 〈강원일보〉가 주관한 텔레비전 토론을 취소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두 후보 간 텔레비전 토론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14일 처음 이뤄졌다.

엄 후보 캠프는 특히 표 결집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영동 지역에서의 우위를 든든하게 여기고 있다. 김진선 전 지사가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최각규·최돈웅·최연희 씨 등 강릉 최씨 문중의 지지도 만만찮다. 반면 엄 후보 측이 기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강원도 추가 방문은 성사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엄기영 후보가 질 경우 한나라당이 입을 표면적인 상처는 크지 않다. 민주당 도지사의 공백으로 인한 선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상과 파장은  상당하리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강원도지사 자리를 내줄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강원도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입을 상처는 더 크다. 최문순이라는 전투력 강한 국회의원과, 천신만고 끝에 얻은 강원도 지사 자리를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다. 이광재 전 지사의 재기 가능성이나 내년 총선·대선에서의 야권 승리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게 된다. 여야 지도부가 강원도에 대거 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명 이숙이·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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