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을 염려한 당 차원의 빠른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말이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빛의 속도였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중앙일보가 제기한 여성비하 발언 논란으로 하루 만에 당에서 제명당했다. 그의 제명을 결정한 건 당내 윤리위원회였다. 이날 윤리위원회는 부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이 주재했다. 맞다. 그를 제외하고 감히 대구의 밤 문화를 논할 자 누구냐는, 바로 그 주성영이다. 주성영 의원은 2005년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갖고, 술집 여종업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런 주성영 의원이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이름으로 ‘윤리적이지 않은’ 강용석 의원에게 퇴출을 요구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성희롱 논란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이경재 의원은 2003년 12월 “남의 집 여자가 느닷없이 우리 집 안방에 와서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달라는 것”이라는 말로 큰 파장을 낳았다. 저 유명한 최연희 의원은 2006년 2월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가 기소돼 법정까지 갔으며, 당시 “식당 아주머니인 줄 알았다”라는 해명으로 성추행계에서 거의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한 대선 후보 또한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가 좋다”라는 말로 구설에 휩싸였다. 그 사람이 지금 우리 대통령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로 한나라당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불공정한 일이다. 허구한 날 역사적 대의와 심판을 부르짖는 민주당을 돌아보자. 2002년 2월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도내 직능단체 회장을, 다른 곳도 아닌 도지사실에서 성희롱했다. 무려 4년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성희롱 판정이 옳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 우근민 전 지사는 지난 3월 민주당에 복당했으며, 제36대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현직 대통령도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가 좋다” 했으니
계약직 여성 공무원을 네 차례 성희롱한 혐의로 고발당했던 이강수 전북 고창군수는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모욕죄 적용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윤리위원회는 “군수가 말을 실수한 건 맞지만, 고창 지역 분위기로 볼 때 심각하게 징계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주당의 고결한 ‘멘탈’ 안에서는 성희롱의 성립 여부가 지역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성희롱의 저변에는 사회생활을 잘하는 여성은 능력과는 무관하게 성적 어필이 유효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피해의식과, 모든 여성을 잠재적 씨받이로 인식하는 중세 수준의 ‘아랫도리즘’이 작동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건 특정 정파를 초월한 대한민국의 평균적 의식 수준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자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하루 한 번 특정 시간, ‘명상의 시간’ 멜로디와 함께 ‘자위의 시간’이 선언되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같은 시간에 ‘일제 자위’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과 검찰은 하루 세 번이다. 국가 차원의 성욕 해소 장려로 비뚤어진 리비도 방출을 생활화하면, 적어도 피자가 햄버거의 기름기를 꾸짖는 민망한 일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