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중이었다. 마감을 일찍 한 전혜원 기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밤 10시51분. ‘트럼프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 부적절.’ 마감 중에는 메시지를 눈여겨보지 못한다. 감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흘렸다. 잇달아 받은 메시지. ‘ㅠㅠ.’ 이모티콘이 모든 상황을 말해주었다. 속보를 확인했다. CNN도 클릭했다. 한·미 정상회담 기사를 마감한 남문희 선임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남 기자는 탄식했다. 천관율 기자는 심야 청와대 움직임을 스크린했다. 이종태 기자에겐 워싱턴에 있는 정재민 편집위원에게 급히 연락해보라고 했다. 문정인 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한밤중에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문 교수는 오후에 보낸 ‘시사에세이’ 원고를 수정하겠다고 했다. 5월 첫 주부터 마감을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당겼던 터, 인쇄소에 전화를 했다. “인쇄기 멈춥시다. 마감 하루 늦춥니다.” 5월24일 ‘트럼프 서한’이 태평양 건너 한밤중 편집국을 흔들었다. 어디 〈시사IN〉 편집국뿐이겠는가? 한반도 남단 잠자리에 들었던 이들의 잠을 깨웠다.



4·27 정상회담 일주일 뒤부터 남문희 기자의 취재용 노트에는 ‘일본’이라는 단어가 부쩍 늘었다. 남 기자는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5월7~8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방중을 접한 남 기자는 이번 방중의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 기자의 우려가 기우로 그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북·미는 65년간 냉전이다. 휴전 협상 당시 공산군은 인민군 장교의 의자 높이를 유엔군 수석대표인 미군 의자보다 높게 만들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신경전의 앙금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모든 기사를 인쇄소로 넘긴 뒤 4·27 판문점 선언을 다시 읽어보았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다(3조).’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선언문 조항 하나하나를 남북이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4월27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되돌아가서도 안 된다.


ⓒ백악관 트위터 캡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쓴 이러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시사IN〉은 이번 호부터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를 시작한다.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재판, 박근혜·최순실 재판 중계에 이은 세 번째 법정 중계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명박 청와대 140억 송금작전(제519호)’을 시작으로 ‘다스는 누구 것?(제523호)’ 등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를 보도했다. 〈시사IN〉이 보도한 기사 내용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거 포함되었다. MB 프로젝트로 시작된 재판이니 1심 선고 때까지 지면 중계를 이어갈 작정이다. 김은지 기자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다시 추적했다. 이번 기사에 국정화 여론 조작의 숨은 손이 등장한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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